서현역 빨간오뎅

from 매 일 매 일 2011. 9. 19. 13:37

내가 서현역을 다시 갔던 것은 회사 입사하고 수원에서 자취를 하게 되면서,
어느날 동기인 I오빠가 서현에 빨간오뎅 먹으러 가자고 했을때다.
그때 잉여모임 몇명이 우~하고 몰려가 빨간오뎅도 맛보고
파스쿠치에서 커피도 마시고 사진도 찍으며 놀았던 기억이 생생한데...

왜 다시라는 말을 썼냐면,
내가 서현역을 처음 찾았던 때는 바야흐로 15여년전?
동생이 초등학생때 교정치료를
건너건너 아는 치과의사 선생님께 받았었는데 
그분이 그때 개업했던 곳이 분당이었다.
나도 종종 가기 싫었지만 아빠차를 타고 분당에 따라가곤 했는데
그때 내가 받았던 느낌은,
대체 내가 왜 토요일 이 좋은 날씨에 이렇게 아무것도없는 시골에 와야하나!!!!! 하는 기분.
대부분의 초등학생이 그랬겠지만 행동반경은 집과 학교의 주변이었고,
분당은 내가 살던 역삼동에서 조금은 멀리 떨어진 곳이었기에 행동반경은 분명 아니었다.
그리고 백화점도 있고 시장도 있고 조금 나가면 롯데월드도 있는 우리 동네에 비해
그때의 분당은 허허벌판에 아파트만 둥둥둥 들어서있던 시골 그자체였다!!!!

엄마가 AK플라자-그러니까 그때의 삼성플라자?-에 들렸었는데, 
난 완전 부루퉁해서 볼것도 없는 이놈의 시골!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분당에 연고자도 없고 하니, 그 후로는 갈일이 없었고
입사하고 빨간오뎅 먹으러 찾았던게 '다시'라는 말을 쓸만큼 오랜만의 일이었다는 것이지.

처음 맛본 빨간오뎅은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게향과 게맛이 나는 그 국물하며, 매콤한 그 맛하며~
잊을수 없을정도로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흘러 내가 결혼하고 살게된 동네가 바로 그 시골 분당ㅋ
어제는 문득 12시쯤 출출해서 임금님이랑 동네 한바퀴 돌며 뭐 군것질거리 없나 두리번 거렸음.
집에 과자도 있고 생생우동도 있고 다 있었지만 왠지 밖에서 하나 쏘옥 먹고 들어오고 싶은 마음???
내가 빨간 오뎅 어떠세요 했더니 솔깃한 임금님, 운전하기 귀찮음을 무릎쓰고 고고싱!
사실 난 오뎅으로는 해결되지 않을것 같아서 서현의 명물 삼촌네를 가보고 싶었건만
임금님은 오밤중이라 거한거보다는 그냥 가벼운걸 먹곳싶었던듯.

그렇게 오밤중에 달려가 먹었던 빨간오뎅이건만, 기억속에서는 충격적인 맛이었건만!
가격은 700원으로 오르고 맛은 예전같지 못하다.
일요일 밤 12시라서 곧 문을 닫을 정도면 국물도 엄청 진하게 우러나와야하는데 맹맹하기만 하고-
오히러 예전에는 그냥 그렇다고 생각했던 구운만두맛이 더 좋았다, 흑.

나한테는 분당에 대한 추억이 줄줄이 나오게 만들어주는 빨간오뎅이건만,
이젠 널 더이상 먹기 힘들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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