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돌아온 파이어볼러.’ KIA 양현종은 미니홈피에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사실이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지옥에 가서라도 구해온다는 150㎞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좌완 강속구 투수다. 거기에 하나 더. 제구력이 뒷받침 되는 파이어볼러다. 2007년 프로 데뷔 후 제구력 부족으로 2년간 부진했지만 지난해 단점을 보완해 12승(5패)를 기록하며 어느덧 팀의 좌완 에이스로 성장했다. 지난해 KIA의 우승에는 그의 몫도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올해도 역시 6일까지 4승 1패로 선전하며 지난해 성적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김성한 객원기자가 한화전에 앞서 광주구장에서 그를 만났다. 김성한 객원기자는 인터뷰를 진행하며 야구 선배로서 많은 조언을 했고. 인터뷰 내내 진지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양현종을 보며 장차 대성할 가능성이 있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나를 키운 것은 경쟁심 양현종은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2007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KIA에 입단했다. 당시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모든 관심은 같은 해 계약금 5억원을 받고 SK에 입단한 김광현에게 쏠렸다. 그런데 그게 양현종에게는 득이었다. 주목받고 싶었던 그는 “NO.1 김광현을 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데뷔 당시 개인적으로 기대를 했었다. 150㎞를 던지는 좌완. 참 매력적이다. 그런데 의외로 부진했다. 프로라는 벽에 겁을 먹었습니다. 프로는 대단한 사람들. 야구 천재들만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경하는 선수들이 타석에 들어서니 정신이 없더라고요.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습니다. 아니 그런 욕망도 없었죠. 기(氣) 싸움에서 진 것이지요. 목표가 없었던 것도 이유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프로에 가고 싶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는데 정작 프로에 오니 그 다음 꿈을 꾸지 못하겠더라고요. 자신을 강하게 단련하려면 끊임 없는 동기 부여가 필요한데 그런 점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승을 기록하면서 에이스로 성장한 모습이다. 기술적으로는 어떤 점이 달라졌나. 2008년 승리 없이 5패를 한 뒤 스프링캠프에서 간베 코치님과 함께 하체 밸런스를 잡는데 집중했습니다. 당시 팔이 뒤에서 나온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고 이를 고치기 위해 의식적으로 팔을 앞으로 끌면서 상·하체가 따로 움직였고 더 안 좋아졌습니다. 중심은 그대로 두고 팔 스윙만 앞으로 당기니 밸런스가 무너진 까닭입니다. 간베 코치님은 팔이 늦게 나오니 차라리 중심을 뒤에 두고 천천히 바꾸라고 했어요. 당시 캠프에서는 밸런스 이동만 연습했고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팔과 중심이 같이 이동하는 법을 깨달았습니다. 그러자 높게 형성됐던 공이 타자 무릎 높이로 낮아졌고. 장타가 줄었습니다(첫해 49.2이닝에서 7개의 홈런을 맞았던 양현종은 2009년 3배인 148.2이닝을 던지면서도 피홈런 14개로 장타 허용이 줄었다). -지난해 동갑내기면서도 최고 좌완 소리를 듣는 SK 김광현을 넘고 싶다고 했는데. (김)광현이는 국내 넘버원 좌완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선수입니다. 광현이를 넘겠다는 생각보다는 최고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었고 그 자리에 광현이가 있다는 뜻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광현이와 저는 동갑이고 같은 해에 프로 입단했는데 당연히 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2008년 광현이가 정말 좋은 성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저도 자극을 받았습니다. 저도 프로 선수인데 2등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노력했고 지난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제가 부족한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고의 선수가 되도록 계속 노력을 할 것입니다. -구위는 여전히 좋지만 지난해에 비해 투구수가 많은 느낌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직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경험이 쌓이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저 타자는 변화구에 약하니 이 공을 던지면 어떨까’하다가도 ‘차라리 역으로 직구로 갈까’하는 이치입니다. 또 제가 투 스트라이크 이후 빠른 승부를 한다고 알려지면서 유인구를 많이 던지게 됐습니다. 차라리 많이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가는 것도 방법인데 올해는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아지면서 승부를 빨리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김상훈 선배님과 대화를 많이 하는데 곧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태극마크는 나의 꿈. 양현종에게 태극마크는 KIA의 붉은 유니폼 만큼이나 오랜 꿈이다. 동성고 3학년 재학시절인 2006년 청소년 대표팀에 뽑혀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이끌고 지난해 챔피언 자격으로 일본 우승팀 요미우리의 강타자들과 상대하기도 했던 그는 강한 적들을 만나면 더 강해지는 선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좌완 선발 후보에는 류현진. 김광현을 제외하고도 두산 이현승. 넥센 금민철. 롯데 장원준. 삼성 장원삼 등 쟁쟁한 투수들이 많다. KIA 양현종의 장점은 무엇인가. 모두들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들입니다. 그렇지만 저도 국가대표로서 대한민국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한국 챔피언의 자격으로 일본 요미우리와 상대했을 때도 나쁘지 않게 던졌습니다(양현종은 요미우리를 상대로 5.2이닝 동안 3안타. 1실점. 6삼진으로 호투해 하라 감독으로부터 ‘국가대표로 성장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국제 경험도 있고. 일본 선수들이 무엇보다 강속구 투수에게 약합니다. 직구 만큼은 자신있습니다. -맞는 말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가장 어려운 경쟁자는 일본이기 때문에 일본전에 강한 투수가 필요하다. 그리고 왼손 선발자원은 많지만 불펜은 부족하다. 다른 보직도 가능한가. 국가대표라면 보직은 상관 없습니다. 이강철 코치님께서 ‘넌 어깨가 부드럽고 체력 회복도 빨라 연투를 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평가했어요. 실제 선발로 나서 100개를 던져도 다음날 피곤하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아직까지 크게 아파본 기억도 없습니다. 불펜에서도 잘 할 자신이 있습니다. -대표팀 감독이 소속팀 KIA의 조범현 감독이다. 감독님은 항상 ‘저에게 그렇게 해서 대표팀 가겠냐’며 자극을 주십니다(웃음). 실제 감독님은 소속팀 선수라는 이유로 저를 뽑아주실 분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특별대우는 원하지 않습니다. 실력으로 당당히 차지하고 싶습니다. 대표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갈 이유가 없습니다. -청소년 시절부터 국제무대에서 뛴 경험은. 2006년 제 22회 쿠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대표로 참가했고 당시 우승도 했습니다(웃음). 국제무대는 힘에 의존하는 피칭보다는 강약 조절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닝마다 투구 템포에 변화를 줘야하고.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같은 팀의 (윤)석민이 형을 보면 진짜 강약 조절의 귀신같습니다. 석민이 형의 투구 패턴과 강약 조절을 많이 보고 배우는 중입니다. ◇우리는 챔피언입니다 지난해 챔피언 KIA는 4월 부진한 성적으로 주위의 우려를 샀다. 팀 타선이 무뎠고 장기였던 마운드도 신통치 않았다. 그 과정에서 일부 극성 팬들이 선수들의 미니홈피에 비난의 글을 남기면서 선수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팬들과의 소통을 즐겼던 양현종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글을 남기고 다른 기능은 모두 닫았다. -미니홈피에 챔피언이라는 글이 있다. 지난 4월 성적이 부진했는데 정말 많은 분들에게 질타를 받았습니다. 사실 조금 놀라기도 했습니다. 물론 팬들의 기대치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아직 시즌이 끝난 것도 아닌데 마치 나쁜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 것처럼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특히 팀의 에이스 (윤)석민이 형이 정말 많이 힘들어 하셨습니다. 그래서 팬들에게 저희를 믿고 조금 기다려 달라는 의미에서 챔피언이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항상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빛을 잃지 않도록 행동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난해 정상에 올랐던 경험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 우승하면 배가 부른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더 배가 고프고 더 간절해집니다. 막연한 목표와 확실한 목표의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우승 전에는 막연히 어떤 기분일까.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승을 해보니 정말 좋다. 또 하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즌 중 고비가 왔을 때도 우승 후에 느낄 수 있는 영광을 생각하면 극복하기도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우승을 해보니 과거 해태 선배님들을 여러차례 우승으로 이끈 강한 동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 해태시절에도 그랬다. 그런 정신력이라면 올해 KIA에게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겠다. 네. 기대해 주십시오. 저희는 우승팀 선수라는 자부심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후 전 개인타이틀이 없었지만 누구보다 자부심이 넘쳤습니다. 다른 팀의 어떤 선수가 다승왕을 하고. 삼진왕을 해도 우승팀은 우리 KIA였기 때문입니다. KIA라는 팀의 전통과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뛰겠습니다. ‘V11’ 지켜봐 주십시오.⊙ 양현종 프로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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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삭...은근 귀여운데'ㅅ';;;?
공던질때도 내 스타일로 던져... 잘던지면 잘던지는대로 맞으면 맞는대로, 생글생글 웃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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