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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쇼퍼홀릭? 2011.03.14

쇼퍼홀릭?

from 빼 꼼 빼 꼼 2011. 3. 14. 00:01

혹시, 당신은 쇼핑중독입니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손에 넣는 순간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다.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가줄 것 같은 구두, 아름다운 옷, 가지고 싶었던 가방…. 점점 양손은 무거워지는데 웬일인지 마음은 공허하다. 자제하지 못한다면 ‘잇(It)걸’이 ‘빚걸’이 되는 건 한순간이다. 말로만 듣던 쇼핑중독, 나의 이야기일 수 있다.

QUESTION

나는 왜 항상 과도하게 많이 사는 걸까? 우선 쇼핑을 하는 이유를 따져보자. 자신이 과도하게 쇼핑을 하는 이유를 아는 것은 잘못된 쇼핑 습관을 끊기 위해 기본적으로 점검해봐야 할 부분이다. 과도하게 쇼핑을 하는 이유는 쇼핑광들 개인의 특성만큼이나 가지각색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왜 쇼핑에 집착하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매번 잘못된 쇼핑 습관을 버리지 못해 자책하기도 할 것이다. 다음 항목들을 살펴보고 내가 쇼핑에 기대고 있던 감정적, 역사적 뿌리를 끌어내보자.

쇼핑을 하면 자신감과 마음의 안정이 생긴다 강박적으로 쇼핑하는 사람 중에는 어릴 때부터 높은 기대치를 짊어지고 자란 경우가 많다.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자신감을 잃고 의기소침해진다. 그리고 자신이 실패했다는 괴로운 마음에서 벗어나고자 쇼핑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것이다.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는 것을 넘어 쇼핑할 때의 기분과 감각에 열중하며 그 자극에 온몸을 맡긴다. 강박적으로 쇼핑하는 사람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또 다른 결점은 자기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자신이 아닌 새롭고 이상적인 누군가로 변신하기를 꿈꾸며 쇼핑이 보여주는 매혹적인 세계에 빠져든다. 이런 사람들은 현혹적인 광고판이나 완벽하게 꾸며진 마네킹 등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자극에 예민하다. 물건을 구입하는 순간 자신이 더 매력적이고 힘이 넘치며 위풍당당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쇼핑을 하며 현실의 문제를 회피한다 현실도피 욕구는 강한 쇼핑 충동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신속히 처리하거나 해결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회피하고 외면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그 도피처로 백화점을 찾는 횟수가 많다면 쇼핑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도피성 쇼핑에 빠져도 현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듣기 싫은 현실의 목소리를 잠시 지우는 것일 뿐 결국 상황은 더욱 나빠지게 된다. 내가 자꾸만 회피하는 문제는 내가 그것을 마주보지 않고 물건을 사는 순간에도 점점 나를 향해 압박해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책 없이 쇼핑한 덕분에 생긴 또 다른 문제까지 처리해야 할 상황에 빠지기 쉽다.

기분 전환을 할 유일한 방법이 쇼핑이다 우울하고 쓸쓸한 기분을 느낄 때 쇼핑이 스트레스 해소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기분을 달래줄 유일한 길이 쇼핑이라면 문제가 있다. 이 경우에 해당된다면 다음 물음에 대답해보자. 혹시 실제로 물건을 구입할 때보다 그 물건을 구입할 생각을 할 때 더 흥분되는 기분을 느끼지 않는가. 분명 쇼핑을 하며 느끼는 쾌감은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 쇼핑은 내가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기분을 일시적으로나마 회복시킨다. 하지만 그 효과는 순간에 그치고 만다. 상처가 나서 꿰매야 하는 자리에 밴드만 붙인 셈이기 때문이다. 물건에 기대어 고통을 회피하려는 것은 유아적인 방법이다. 어엿한 성인이라면 쇼핑할 때에도 자신만의 규칙을 두고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물질적인 것으로는 결코 마음의 공허함을 채울 수 없다. 상실감이나 우울한 기분은 그 자체로 견디고 이겨 내면서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쇼핑으로는 어느 무엇도 치료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서, 부와 권력의 이미지를 갖기 위해 쇼핑한다 신용카드로 소도 때려잡을 수 있는,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물건을 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부와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에 점점 자기 자신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소유물이 곧 나의 정체성을 말해준다는 착각에 빠진 경우다. 이런 사람들은 실제로 자신이 소유하지도 않은 것이나 아직 결제도 하지 않은 것을 자신의 것인 양 뽐내면서 모래 위에 성을 쌓는다. 혹시 이 얘기에 고개를 끄덕인다면 연이어 발표되는 연구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통념과는 달리 부와 권력이 행복을 안겨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자존감은 내면에 쌓아놓은 재산에 좌우되는 것이지, 눈에 보이는 곳에 쌓아둔 물건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중요한 것은 ‘나는 누구인가’이지, ‘나는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자.

PRACTICE

현명한 쇼핑 계획을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 쇼핑을 할 때에는 반드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쇼핑엔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것,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계획을 세우느냐에 따라 과도한 쇼핑과 현명한 쇼핑이 결정된다. 그렇다면 현명한 쇼핑을 만드는 쇼핑 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다음 항목들을 체크해보자.

●살 물건과 목적 파악하기 구입하고자 하는 물건 목록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한다. 아직 살 물건을 정확히 정하지 않았다면 어떤 것이 필요한지 되도록 구체적으로 적어본다. 가령 ‘선배 결혼식에 입고 갈 옷’이라고 쓰기보다 ‘선배 결혼식에 입고 갈 원피스, 내 검정 하이힐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처럼 구체적으로 적는다. ‘컴퓨터와 모니터’보다는 ‘19인치 컴퓨터와 평면 LED 모니터’라고 쓰는 것이 좋다. 그 물건을 어디에 쓸 것인지도 같이 적어보자.

●필요 점수 사고자 하는 물건들이 나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솔직하게 평가해 0에서 10 사이의 점수를 매겨본다. 이 과정에서는 그 물건의 필요성을 알아볼 수 있게 실질적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가령 이 물건을 사면 언제부터 쓰게 될지, 이 물건을 설치하거나 이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이 물건을 보관할 만한 시간이나 돈이 넉넉한지 말이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 숫자로 적어두면 쇼핑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각 물건에 대해 쓸 수 있는 최대한의 한도액도 함께 적어 점수에 반영시킨다.

●시기 계획을 세운 뒤 실천하기까지 시간적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인터넷 쇼핑을 계획했다면 바로 컴퓨터 앞에 앉지 말고 10분 정도만 여유를 두어도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고 좀 더 의식적인 쇼핑을 할 수 있다. 값이 비쌀수록 일주일, 한 달 정도의 여유를 둔다. 쇼핑할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은지도 염두에 둔다. 중요한 순간에 바로 옆에서 혹은 전화를 통해서 당신의 계획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쇼핑 도우미 친구가 있으면 좋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친구들과 확실히 약속을 정하자.

●장소 어디에서 쇼핑할지 적는다. 오프라인 쇼핑을 한다면 어느 곳에서 할지 마음속으로 지도를 그려본다. 구체적인 동선을 계획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인터넷 쇼핑의 경우에는 둘러볼 사이트와 찾아볼 것들을 미리 적어둔다. 예정에 없던 곳을 들르는 일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다.

●쇼핑 시간 어디서 쇼핑을 하든 둘러볼 시간은 정해놓아야 한다. 매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게 되는 물건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둘러서도 안 된다. 침착하게 필요한 물건들을 찾아 비교하는 데 얼마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계획을 세우자. 그러려면 숱한 유혹에 빠져 헤매지 않도록 적당히 빠듯하게 짜야 한다. 물건을 다 사지 못했는데 시간이 가버렸다면 그 자리에서 미련 없이 쇼핑을 중단하고 상점 밖으로 나온다. 아마 갑작스럽게 쇼핑을 중단했을 때 느낌은 생각보다 강렬해 놀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경험과 느낌을 통해 나에게 적당한 쇼핑 시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결제 방법 현금과 수표, 직불카드만 쓰도록 한다. 현금을 사용할 때는 쇼핑에 쓸 돈을 다른 돈과 분리해 넣어두는 것이 좋다. 쇼핑만을 위한 주머니를 따로 만들어 이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인터넷이나 카탈로그 쇼핑은 보안 상태를 안심할 수 있을 때에만 한다. 쇼핑몰이나 단독 매장에서 쇼핑을 한다면 현금과 직불카드만 주머니에 따로 넣어두고 신용카드와 나머지 돈이 들어 있는 지갑은 가방 속 깊이 넣어둔다. 계획에 없던 물건을 사려고 카드를 쓰거나 현금을 꺼내 쓰고픈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SOLUTION

쇼핑 유혹에 맞설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쇼핑할 때 이것만은 명심하자.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심리에 정통한 어마어마한 광고 산업에 길들어져 왔다는 것을 말이다. 언제 어디서건 소비를 부추기는 기호에 노출되어 있고 무의식적으로 물건을 사는 쪽으로 마음먹기가 쉽다. 내 방의 컴퓨터 앞에서부터 대형 쇼핑몰까지,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쇼핑 유혹에 맞서는 방법을 알아보자.

쇼핑몰과 단독 매장 

세심하게 계산되고 고안된 분위기가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쇼핑몰은 쇼핑의 유혹을 떨쳐내기 가장 힘든 곳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신나게 돈 쓰는 사람들만 가득한 쇼핑몰에서 지갑을 열기는 더 쉬워진다. 동시다발적으로 쇼핑 욕구를 자극하는 쇼핑몰에서 지갑을 털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쇼핑몰에 없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창문과 시계다. 매장은 물론 쇼핑몰 전체가 당신이 될 수 있는 한 오래 머무르도록 고안됐다.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마음에 드는 상품을 ‘우연히’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어떤 매장에서든 머무르는 시간에 제한을 두자. 최소한 시계는 가지고 가야 한다. 시계나 휴대전화로 알람을 맞춰둔다면 시간도 잊은 채 정신없이 쇼핑을 하는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들어가볼 매장 수를 정하자. 들르는 매장이 많을수록 사는 물건과 쓰는 돈은 많아진다. 일일이 비교하면서 쇼핑하는 것이 신중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러다 보면 쇼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기 쉽고 결국에는 지쳐 알뜰한 쇼핑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다.

●판매원의 도움을 받는 사람은 혼자 쇼핑하는 사람보다 물건을 살 확률이 높다. 매장에 들어서면 자신을 맞는 판매원에게 간단한 인사 정도만 하고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눈을 맞추지 않는 것이 좋다.

●여세를 몰아가지 말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돈은 한 번 쓰고 나면 다음번엔 쓰기가 더 쉬워진다는 것을. 그러니 한 번 돈을 썼다면 숨을 고르고 마음을 진정시킨 다음 가능하다면 매장에서 떠나도록 하자.

인터넷 쇼핑 집 안에서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인터넷 쇼핑은 쇼핑을 자제하려는 욕구를 쉽게 무장해제시킨다. 무엇보다 온라인 쇼핑에서는 돈을 쓴다는 것을 실감하기 힘들다. 인터넷 쇼핑이 위험한 이유는 돈을 쓴다는 거부감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 없이 인터넷 쇼핑을 하지 않는다. 습관처럼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하지 말고 사야 할 물건이 있을 때만 쇼핑하고 ‘즐겨찾기’ 항목에 쇼핑을 조장하는 사이트는 모두 삭제한다. 괜찮은 사이트를 우연히 발견했을 때 나중에 시간이 나면 보겠다는 마음으로 즐겨찾기에 추가하려는 유혹은 뿌리치는 것이 좋다. 그래도 기억해두고 싶은 사이트가 있다면 직접 손으로 써서 보관한다. 절차를 늦추면 좀 더 신중을 기하게 되는 법이다.

●인터넷 쇼핑몰 담당자가 나의 존재와 취향을 쉽게 캐가지 못하도록 대처한다. 스팸 필터 프로그램은 자주 업그레이드하고 팝업창은 차단한다. 인터넷 쇼핑몰 측에 이메일 주소를 알리는 것도 한 번 더 생각해보자. 노출된 이메일 주소는 예외 없이 광고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거래하는 사이트에서는 보안 등급을 최상으로 유지하고 나의 정보가 다른 판매자에게 공개된다는 설정은 해제한다.

●오프라인 상점과 마찬가지로 판매자 측의 여세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특정 금액 이상 구입시 무료 배송이라든가 특가 할인을 내세워 추가 구입을 유혹한다. 그럴 경우 깔끔하게 무시하고 결제를 끝내버리자. 돈 몇 푼 아끼겠다고 생각에 마음에도 없던 물건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홈쇼핑 쇼핑광들에게 홈쇼핑 채널은 말할 수 없이 유혹적이고 그만큼 위험하다. 쇼핑 채널은 일반 상점이 아니다. 나의 의사와 필요에 의해 접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입에 대한 압력을 스스로 제한하기 어렵다. 따라서 홈쇼핑에 빠져들었다고 판단되면 TV 앞에 가지도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쇼핑과 TV가 만들어내는 유혹을 피할 방법은 간단하다. 보지 않는 것이다. 굳게 마음을 먹고도 자꾸 홈쇼핑 채널에 눈이 간다면 케이블 방송 회사에 전화해 쇼핑 채널을 끊어버리자. 그것도 하지 못하겠다면 다음 경고를 가슴속에 새기자.

●재깍재깍 들려오는 시계소리, 줄어드는 상품량, ‘단 한 번의 기회, 초특가 할인 상품’ 등의 문구는 서서히 압력을 가해 내가 전화기를 들고 카드번호를 누르게 하기 위한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지금 빨리 전화하라고 재촉해도 느긋한 마음을 갖자. 나에게 정말 필요한 물건이라도 충분히 따져볼 시간이 필요하다.

●쇼핑 호스트들과 무의식적으로 감정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경계하자. 그들은 물건을 파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판매자일 뿐 나의 경제 능력과 지갑 사정은 개의치 않는다. 다정하고 친절한 쇼핑 호스트에게 설득당하지 않도록 냉정함을 잃지 말자.

<■정리 / 노정연 기자 ■사진 / 강은호 ■참고 도서 / 「Stopping 쇼핑」(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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