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선발 3인방. 왼쪽부터 왈론드, 김선우, 히메네스. 사진=두산 베어스

[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시즌 초반 무섭게 질주했던 두산 베어스가 중대한 고비를 맞이했다. 선발투수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상승세가 꺾인 것. 선발투수진의 부진은 시즌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산에게는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시즌 전 두산은 켈빈 히메네스-레스 왈론드를 비롯해 김선우, 이현승, 이재우, 홍상삼 등이 선발진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시즌 개막후 약 한 달 정도 지난 상황에서 두산의 선발 구상은 상당부분 흐트러진 상황이다. 

두산이 크게 기대를 모았던 왼손 외국인투수 왈론드는 사실상 퇴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왈론드는 올시즌 2경기에서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9.45로 부진했다. 특히 우천으로 노게임 선언된 지난 21일 SK전에서 극심한 제구력 난조를 드러내며 1이닝 1피안타 5사사구 4실점으로 무너진 것이 컸다. 

투구내용에 실망한 김경문 감독은 왈론드를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2군에 내려가면 어렵다고 봐야한다. 대체할 투수가 없더라도 왈론드는 안쓰겠다"라며 퇴출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사실 왈론드만이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선수는 시즌 중 대체용병을 찾을 수 있다고 하지만 국내 선수들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지난 해까지 불펜의 핵심 요원으로 활약하다 올해 선발로 변신했던 이재우는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2경기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5선발로 기대를 모았던 홍상삼 역시 구위가 기대에 못미치면서 1경기 선발 등판 후 2군행 버스를 타야했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초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던 히메네스와 김선우 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시즌 개막 후 3연승을 달렸던 히메네스는 최근 2경기에서 10⅔이닝 동안 무려 13실점을 내주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상태. 히메네스가 팀의 실질적인 1선발이라는 점에서 최근 2경기의 부진은 예사롭지 않다. 

초반 4경기 중 3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던 김선우 마저 지난 22일 잠실 SK전에서 3이닝 7실점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나마 올시즌 넥센에서 이적한 이현승이 최근 살아나고 있지만 불운이 겹치면서 아직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선발투수들이 한꺼번에 흔들리다보니 두산으로선 어려운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다. 최근 3연패라는 결과가 최근 두산의 사정을 잘 보여준다. 

선발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두산은 대체할 자원이 많지 않은 상황. 고육지책으로 신인급 선수들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23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선발로 고졸신인인 207cm 최장신 투수 장민익이 첫 선발등판에 나선다. 

장민익은 두산의 미래 에이스로 평가받고 있지만 당장 선발로 기용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선발투수진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보니 어쩔 수없는 상황. 장민익에 이어 고졸 2년차 조승수도 대체선발 후보로 대기하고 있다. 

두산은 시즌 전 공수에서 완벽한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정작 우승후보 1순위에서는 다소 밀려난 느낌이 없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선발투수진에 불안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시즌 개막 한 달만에 우려는 현실이 됐다. 

흔들리는 두산이 지금의 선발진 고민을 잘 풀지 못한다면 의외로 부진은 장기화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