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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로야구 매니저] 윤석민과 황당한 부상의 역사 2010.06.24

[프로야구 매니저] 윤석민과 황당한 부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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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에이스 윤석민이 부상으로 6주 동안 결장하게 됐다. 원인은 오른손 새끼손가락 골절. 18일 SK전에서 완투를 눈앞에 두고 강판된 뒤 화풀이로 라커 문을 가격한 게 화근이었다. 로페즈의 부진에 시즌 내내 시름해온 KIA는 윤석민까지 빠지면서 향후 마운드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화내는 윤석민은 미국춤 추는 김구라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지만, 사실 올 시즌 들어 그가 유독 감정 조절에 실패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온 것을 생각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윤석민이 더 큰 투수로 성장해서 돌아오길 기대한다. 지난 2007년 시즌 내내 계속된 불운에도 꿋꿋이 버텼던 그가 아니던가. 

윤석민의 경우처럼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서, 또는 사소한 부주의나 실수로 인해 경기 외적으로 부상을 당한 선수들의 ‘황당한’ 사례를 모아 봤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케빈 브라운은 윤석민과 매우 비슷한 사례다. 2005년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일찍 강판된 그는 홧김에 덕아웃 벽에 주먹을 휘둘렀다가 골절상을 입고 시즌 아웃됐다. 눈여겨볼 점은 그가 잔뜩 화가 난 상태에서도 오른손을 휘두르지 않을 정도의 분별력은 있었다는 것(브라운은 우완 투수다). 윤석민의 부상 부위가 오른손이라는 사실과 비교된다.

-뉴욕 메츠의 '먹튀‘ 올리버 페레즈는 피츠버그 시절에 라커룸의 세탁물 양동이를 발로 걷어찼다가 발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 경기도 지고 ’빠께쓰‘에게도 패한 것. 결국 페레즈는 부상자 명단에 올라야 했다. 

-SK 김광현은 손톱을 깎다가 실수로 굳은살을 잘라내며 왼손 검지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 그 외에 야구선수들이 손톱이나 발톱 때문에 부상을 당한 사례를 모두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만화 ‘H2'에서 포수 노다가 덕아웃에서 늦게 나온 이유로 ’발톱을 깎다가‘라고 하자 심판이 수긍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LG 박용택은 신인 시절 세면대를 잡고 팔굽혀펴기를 하다 세면대가 무너지면서 손가락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미지가 비슷한 휴스턴 외야수 헌터 펜스도 스프링캠프 기간에 자신의 집에서 목욕하던 도중 미닫이문에 부딪히며 무릎과 오른쪽 검지 손가락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차이점이라면 펜스가 부상을 당할 당시 그의 옆에는 여자친구가 함께 있었다고.

-두산 맷 랜들은 시즌을 앞두고 잠실구장으로 출근하다 선릉역 계단에서 넘어지며 갈비뼈 부상을 입고 퇴출됐다. 한편 LG 김정민과 최원호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계단을 잘못 밟아 발목부상을 당한 경험이 있다. 선수들이 오가는 곳에 에스컬레이터라도 설치해야 할 모양이다.

-LG 최동수는 경기 전 양치질을 하다 눈에 들어간 치약 때문에 경기 도중 교체된 적이 있다. 최동수는 근처 안과에서 곧장 눈세척을 받았다고.

-두산 김유봉은 라커룸 의자에 손가락이 끼는 부상으로 피부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그리고 다시는 마운드에서 예전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현재는 프로골퍼로 활동한다는 후문이다. 두산은 김유봉의 부상 이후 라커룸 의자를 안전한 제품으로 교체했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선수 시절 비 오는 날에 슬리퍼를 끌고 슈퍼에 가다 미끄러지는 바람에 부상을 입었었다. 당시 그는 라면 사러 가는 중이었다고. 뉴욕 메츠 릴리버 듀애너 산체스도 시즌 중 한밤중에 야식을 사러 가다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시즌 아웃된 사례가 있다.

-콜로라도 내야수 클린트 바메스는 팀 동료 토드 헬튼이 사냥한 사슴 고기를 옮기다가 어깨 부상을 당했다. 당시 그는 식료품 꾸러미를 들다 다쳤다고 했다가 거짓말이 들통나서 곤욕을 치르기도. 마무리투수 사사키도 시애틀 시절 집에서 계단으로 여행가방을 들어 올리다가 갈비뼈 부상을 입고 2달을 결장했다.

-밀워키의 너클볼 투수였던 스티브 스팍스는 팀에서 개최한 세미나 도중 전화번호부를 맨손으로 찢으려다 어깨가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다. 당시 세미나의 주제는 ‘동기 부여’였다고. 의욕이 지나쳤던 모양이다.

-디트로이트 강속구 투수 조엘 주마야는 포스트시즌 기간 도중 손목 염증이 생겨 세 경기를 결장했다. 알고 보니 비디오게임 ‘기타 히어로’를 지나치게 많이 해서 염증이 생겼다고.

-양키스 에이스였던 데이비드 콘은 어머니가 기르는 개에게 물려 선발 등판을 취소한 적이 있다. 한편 같은 팀 유망주 랜디 케이슬러도 집 뒷마당에서 방울뱀에 물려서 화를 입은 케이스다.

-볼티모어 외야수 마티 코르도바는 선탠 가게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가 화상을 입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샌디에이고 투수 애덤 이튼은 새로 산 DVD 비닐을 과도로 벗기려다 자기 배를 찔러 응급실에 실려갔다. 텍사스의 오디 맥도웰이라는 선수는 팀의 오찬 행사에서 롤빵에 버터를 바르려다 롤 대신 자기 손을 ‘썰었다’.

-시카고 컵스 외야수 새미 소사는 기자들과 얘기 도중 재채기를 크게 했다가 등에 경련이 일어나서 시합에 빠졌다. 

-도루왕 리키 핸더슨은 한여름 대낮에 발에 얼음주머니를 올려놓고 자다가 ‘동상’을 입었다. 이후 그는 3경기를 결장했다.

-토론토 외야수 글렌알렌 힐은 자다가 무서운 꿈을 꿨다. 기겁을 한 그는 침대 옆 유리 탁자를 깨뜨리며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고, 한바탕 호러 영화를 찍었다. 그가 꾼 꿈에는 무려 ‘거미’ 씩이나 나왔다고. 참 무서웠겠다.

-샌디에이고 시절 제이크 피비는 승리를 자축하며 동료들과 격하게 포옹하다 갈비뼈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 올 시즌 LA 에인절스 1루수 켄드리 모랄레스도 끝내기 만루홈런을 치고 홈에 점프하며 들어오다 발목 부상, 남은 시즌 시합에 나올 수 없게 됐다. 모랄레스의 부상 이후로는 선수들의 끝내기 홈런 세리모니가 무척 얌전해졌다는 느낌이다.



글 : 야구라 배지헌 (www.yagoor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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