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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가 예상했을까?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자신있게 한국 프로야구 문을 두드렸던 외국인투수들이 말 그대로 죽을 쑤고 있다.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롯데 사도스키는 5경기 4패 방어율 6.23으로 현재 2군으로 추락했고. 콜로라도 로키츠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에서 뛰었던 한화 카페얀은 한국타자들의 뭇매를 맞고 고전 중이다. 지난해 오클랜드에서 뛴 LG 곤잘레스도 마찬가지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산하의 트리플A와 일본 야구를 경험한 넥센 번사이드도 기대치에 턱없이 모자란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약 한달간의 한국 무대에서 거둔 성적은 1승 15패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들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번사이드 “필살기가 노출됐다”
넥센의 번사이드는 최근 부진에 대해 한마디로 “간파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즌 초반에는 몸쪽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는 투구로 많은 선수들을 요리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술을 공략당했다”고 밝혔다. 서로에 대한 정보가 적을 때는 타자들을 공략하기 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타자들이 자신의 투구를 분석하는데 성공했고 공을 쳐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실제 번사이드는 지난 4일 LG전에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다시 만난 20일 LG전에서는 6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낯선 환경에 대한 어려움도 호소했다. 번사이드는 “아직 (나는) 한국에서 첫 시즌이라 모든 타자들을 파악하지 못했다. 한 시즌은 겪어봐야 한국타자들에 대한 이해를 완벽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미국에는 30개 팀이 있다. 트리플 A 등 마이너리그 구단까지 합하면 모든 선수들을 관찰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분석해야 할 선수가 적기 때문에 그만큼 더욱 완벽하게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미국과 다른 환경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사도스키 “아직 4월. 시간이 필요해”
롯데 사도스키는 시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당연히 내가 볼을 못 던져 승리를 못 챙기는 것 아니겠냐”고 답한 뒤 “적응 못하고 있다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아직 4월이기에 10월이 끝난 후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타자들은 파워가 넘친다. 때문에 그들은 공격적인 스윙을 한다”며 “한국 타자들 역시 힘이 있지만 미국 타자들에 비해 굉장히 정교한 타격을 한다. 좋은 공을 커트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투수들이 볼을 많이 던지게 만든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동안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못 던지고 나 자신의 피칭을 하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가진 피칭 능력을 보여주고 내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급선무다”고 앞날을 기대했다.
◇곤잘레스 “변화구 패턴 읽혔다”
LG 곤잘레스는 25일 잠실 한화전 6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6경기 등판에 아직 첫 승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할 정도로 의미있는 경기였다. 그는 경기 후 패턴의 변화를 호투의 원인으로 꼽았다. 곤잘레스는 “시즌 초반 직구는 물론 주무기인 투심이 타자들에게 자주 커트를 당해 당황했었다”고 고백한 뒤 “처음에는 컨디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변화구를 많이 사용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곤잘레스가 선택한 것은 자존심을 버리고 변화를 선택하는 것. 그는 경기당 몇차례씩 포수 사인에 고개를 흔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25일 경기에서는 100% 포수 리드에 따라 공을 던졌다. 위기 상황에서 자신이 가장 자신있고 잘 던지는 투구보다는 상대에 따른 유연한 변화를 선택한 것이다. 곤잘레스는 “그동안 직구로 카운트를 잡고 변화구로 상대를 유인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패턴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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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얀 “한국타자 생각보다 강하다”
한화 카페얀은 한국 타자의 수준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부터 한국 타자들이 수준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와서 상대해보니 듣고. 생각한 이상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스트라이크존이나 날씨 등 적응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모두 조건이 같기 때문에 그것을 지금의 부진의 핑계로 삼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날씨가 지금보다 더 따듯해지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웃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타자들은 무척 좋은 타자들이다. 특히 투수의 실투는 거의 놓치지 않는다”고 평가하며 “결국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 다음 경기를 대비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과연 이들이 화려한 경력만큼 다시 힘을 낼 수 있을지. 한달 시험기간은 지났다.
김경윤기자 bicy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