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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회사를 그만두니까 좋은 점- 2010.06.19

대기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6년차까지 다니고 그만뒀는데 (만으로 5년 5개월)
딱히 대폭발 뭐 이런걸로 그만뒀다기보다는,
한 3년차때 생겼던 자그마한 불만이 쌓이고 살을 불리고 점점 전이되어서
5년차때 클라이막스를 맞이했고 TF로 차출되어 일할때 좀 잠잠해지더니
4월에 야근과 특근 크리로 한달 내내 회사를 나가게 되자 뭔가 억울?
그래서 퇴사하겠다고 말해버렸다. 

이렇게 쓰고나니 좀 보잘것 없네?
또한 우리 엄마만 해도 "힘든건 알지만 지금 죽어갈 지경도 아니고 왜 그만두느냐!"
하는 잔소리를 그만둔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하고 있는지라-
아마 회사 친구들 아니면 왜 그만뒀는지 다들 이해 못하겠지.


쌓일만큼 쌓였고, 다닐만큼 다녔단 생각도 들고,
정말 뫼비우스의 띄처럼 계속 똑같은 사이클을 도는데 
요즘 회사 상황도 그렇게 멋진편이 아니라 도저히 끝이 보이는 다음 사이클은 못돌겠더만!
그리고 돌대가리같은 것들이 승진해서 임원이랍시고 개판을 더 개판 만드는 것도 꼴보기 싫고,
'윗선에서 시키시키깐요'하는 어처구니 없는 멘트를 들이대는 책임연구원들이 싫고
나도 2년만 있으면 그 책임연구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싫고-_-;

제일 큰 원인은,
나보다 더 했음 더 했지 편한 상황은 아니었던 남자친구님이
그나마 쬐금 나은 경기도 분당의 조그마한(ㅋㅋㅋㅋㅋ)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는 것.
이제는 새벽 1시에 퇴근해도 더이상 집에 못데려다주니 그만 때려치라곸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만뒀더니-
의외로 회사 다닐때 '퇴사하면 이런이런게 좋을거야'했던거보다
생각지 못했던 의외의 부분에서 좋은게 많다.

- 내가 배고플때 밥 먹을 수 있음
::: 회사에서는 개밥 주듯, 밥 주는 시간에 밥 안먹으면 밥을 못먹는다.
그래서 배가 안고파도 그 시간에 억지로 꾸역꾸역 밥을 먹어야하고,
그 시간에 밥 안먹으면 빵같은걸로 때워야 한다.


- 내 컨디션이 안좋으면 그냥 쉴수 있음
::: 회사 그만두고 마침 월드컵이 시작되어서 월드컵도 보고 SNS질도 실컷 하고
나름 '아무것도 안하느라' 바쁘다. 내 밥 먹으려면 내가 밥도 해야하고 설거지도 해야하고~
그런데! 내 컨디션이 나쁘면 이 모든 것을 안해도 된다.
직장 다니는 여자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건데,
꼭 내가 아프고 싶지 않은 상황에 몸이 안좋은 때가 있다!!! 
혹은, 중요한 PT전날이나 쉬면 안되는 그런 시기에 마법*-_-*이 시작해서
프로답게 일을 처리 하기 힘들거나 (그노무 생리통!!!)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 회사에 앉아 있어야 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게 아닌데, 꼭 내 마법 시작날 PT나 중요한 일이 있어!
나는 아프고! 그래서 쉬려고 하면 꼭 남자새끼들이 "여자들은 저래서 안돼"한다고!!!


- 옷에 대한 선택권이 생김
::: 회사에서 입는 옷은 어느정도 선을 지켜야 한다.
특히나 내가 다녔던 회사는 보수 of 보수 스타일이라, 심지어 청바지도 못입게 하려고 그랬었다.
하물며 그 더운 여름에 여자들은 반바지는 커녕 시원한 미니스커트 입기도 눈치가 보였다.
(그런데, 2009년쯤 들어오면서 사내 여자 패션은 아슬아슬하게 그 선을 넘나드는 것 같닼ㅋㅋㅋㅋㅋ)
그래도 여자는 옷의 스타일에 대해서 선택권이 넓은 편이었는데, 남자들은-_-;
엘리베이터를 타면 정원 20여명중에 19명이 남자일 때가 있는데 19명중에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종종 보인다.
건물에 몇만명이 있는데! 엘리베이터 타면 20여명에 불과한데! 그중에 브랜드에 색깔까지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1명도 아니고 2명이나 더 있을때도 있다니!
심지어 브랜드는 거의 빈폴.
빈폴 신상 나오는 달에 엘리베이터 타보면 빈폴 패션쇼가 열리는!!!

......잠깐 딴데로 빠졌는데, 내가 패리스 힐튼도 아니고 하다보니 
회사 입사하고 나는 더이상 이런 공대녀의 복장으로 회사를 다니기는 힘들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뭔가 미묘하게 코드가 안맞는거여~ 그래서 나는 열심히 옷을 사들였다.
근데 사다보니,, 내가 입고 싶은 옷과 회사에 입고 갈 옷이 달라.....(제길)
그래서 또 샀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1년이 지나 옷장을 열면 분명 작년에 옷을 많이 샀던 것 같은데 입을 옷이 없다!
그래서 또 샀다.
이런식으로 5년간 사들였더니....나는 도무지 일관성이 없는 뒤죽박죽의 옷장을 갖게 되었다ㅠ_ㅠ

그러나 더이상 그런건 없다.
이젠 회사 생각 안하고 옷 골라도 되고, 보풀 막 생긴 옷 입고 거리를 활보해도 되고
(...보풀 하니깐 내가 속물 같지만, 사실 회사에 보풀이 마구마구 일어난 옷 입고 가기가 참 애매하다...
난 원래 그런거 입고 거리를 다니니깐 사람들을 의식하는 건 아닌데, 무슨 회사에 입고 가지 말아야 할 옷을
입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좀 그렇다;)
일단 옷을 새로 장만 안해도 된다.

이제 더이상 내가 어제 입었던 옷을 오늘 다시 입고 외출해도 날 감시하며 수군댈 사람이 없으니깐요.
(의외로 회사에서는 남자분들이 그런거에 더 민감한듯 하다.
나는 몇년 전에 평소에는 인사만 하던 어떤 외주업체 남자분이 나한테 수줍게 '옷을 참 센스있게 입으셔요'
하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었다! 남자들도 여자들이 어떤 옷 입는지 알긴 아는구나!
근데 왜 머리 바꾼건 잘 모르는거지???)


- 못가는 사이트가 없다
::: 회사에서 비업무성 사이트라고 막은 오마이뉴스, 게임조선 등등등
이제는 못가는 사이트가 없다!
....근게 못가게 안하니깐 안가고 싶어지넼ㅋㅋㅋㅋㅋ


- 더이상 저녁 약속에 대한 공포가 없다
::: 그 회사는 하루종일 놀다가 오후 4시 50분이 되면 다들 활기차지면서 새벽 1시까지 일하는 그런 회사였다.
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그리고 꼭 새벽 1시가 아니어도 5시쯤 일을 시켜서 죽도록 하면 오후 7시쯤 끝난다.
그러나 수원에서 오후 7시에 끝나면-_- 수원에서 만나지 않는 이상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
(제가 약속이 있어서....이런건 거의 안통한다ㅋ)
그런걸 한두번 당하다보면, 자연스레 외부에 있는 친구들과 약속잡기 어려워지고 인간관계가 좁아진다ㅠ_ㅠ

그러나 난 이제 서울 어디에서 만나던 약속 시간 전에 먼저 나가 있을 수가 있어!


그 외 집밥을 먹을 수 있다,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등등 좋은 점이 너무 많앜ㅋㅋ
안좋은건 하나다'ㅅ' 이제 돈이 안들어온닼ㅋㅋㅋㅋㅋㅋ
흐어어어엉-

남자친구가 그런다. '이제 채워지지 않는 그 독을 부여잡고 어쩔거니? 나한테 잘보여라'
흐어어어어어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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