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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매거진S] ‘22살의 전설’ 김현수의 시즌3 2010.04.11

[매거진S] ‘22살의 전설’ 김현수의 시즌3

김현수(22)는 198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올림픽이 열리고, 그룹 ‘부활’이 건재하던 때였다. 당시만 해도 그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할 선수로 성장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22년이 흐른 2010년. 김현수는 이승엽(요미우리) 이후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섰다. 2008년 첫 풀타임 출전 뒤 3시즌 만에 ‘젊은 전설’이 된 그를 <스포츠춘추>가 만났다. ‘최고 타자’ 김현수의 타격철학과 ‘22살의 청년’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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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예정시간은 오후 1시였다. 잠실구장에서 팀 훈련이 끝나면 바로 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인터뷰는 2시간이 지난 오후 3시부터 시작됐다. 팀 훈련이 끝나고 "땀이 식기 전에 개인훈련을 했으면 좋겠다"는 김현수의 바람 때문이었다.

무슨 훈련을 그렇게 열심히 해요?

새 시즌이 코 앞이잖아요(웃음). 컨디션도 조정하고 부족한 점도 보충해야 하니까…. 땀 식기 전에 개인 훈련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어디 아픈 데는 없지요?

네, 아주 튼튼합니다(웃음).

그래요. 현수 씨가 아픈 건 두산을 넘어 한국프로야구의 큰 손실이에요. 말이 나온 김에 그렇게 훈련을 열심히 하는데도 부상이 없어요.

부모님 덕이 커요. 제가 아무리 못하고 들어와도 수고했다는 말만 하세요. 대단히 잘하고 들어와도 수고했다고만 하시고(웃음). 밖에서나 집에서나 스트레스 안 받고 야구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부상과 좀 먼 것 같아요.

매일매일 진화하는 '타격 천재' 김현수

지난 시즌이 끝나고서 “스프링캠프 기간 타격폼을 바꾸겠다”고 공언했어요. 몸쪽 승부에 약했다는 판단 때문이었나요.

제 타격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만히 서 있으면 어깨가 몸 안쪽으로 들어가요. 어느 쪽에서 봐도 유니폼의 등번호가 보일 정도로 오른쪽 어깨를 몸 안쪽으로 깊숙이 집어넣습니다. 어깨가 서둘러 열리는 걸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에요. 그런데.

그런데 몸쪽 공 대처에 다소 늦다는 단점이 있지요.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래도 비비 꼬았던 몸을 트는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까 몸쪽 공에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타격폼을 조금 수정하려고 했습니다.

수정은 했나요? 제가 볼 땐 지난해 타격폼과 비슷한 듯싶은데요.

스프링캠프에서 2주 정도 라이브 배팅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깨달음? 그게 무엇인가요?

저는 최대한 공을 끝까지 보면서 흔히 말하듯 ‘배트에 공을 잡았다가 치는 스타일’이에요. 대개 그런 타자들이 몸쪽 공에 약하다면 그건 폼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일 가능성이 커요. 실제로 전 타이밍이 늦으면 늦을수록 오른팔이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단점이 있어요. 그러니까 2주간 라이브 배팅을 하면서 몸쪽 공에 약한 이유가 폼 때문이 아니란 걸 깨달은 거죠. 잘못된 분석으로 타격폼을 바꿨다면 되레 콘택트 능력과 변화구 대처능력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김현수는 오른 어깨를 최대한 몸 안쪽으로 집어넣는다. 오른 어깨가 일찍 열리지 않아야 타구를 오래 보고, 정확하게 칠 수 있기 때문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김현수의 타격폼을 가리켜 "유소년 선수들이 가장 본받아야할 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사진=강명호 기자)

2년 연속 타율 3할5푼7리를 기록한 타자라면 굳이 타격폼을 바꾸려고 애쓰지 않아도 될 텐데요. 오히려 좋은 흐름을 유지하는 게 낫지 않아요?

그렇죠. 하지만, 투수들이 집요할 정도로 저를 상대할 땐 몸쪽 위주로 승부했어요. 지난해 홈런타자가 되겠다고 선언한 이후에는 더 심해졌어요.

투수들이 몸쪽을 고집한 이유가 뭘까요.

사실 경기 때 보면 몸쪽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투수는 몇 명 없어요. 대부분은 몸쪽은 보여주는 공일뿐, 승부구는 바깥쪽으로 던져요. 아무래도 타자는 몸쪽 공이 오면 움츠러들거나 다시 몸쪽 공이 올까 봐 대비하게 돼요. 어떤 타자들은 타석에서 먼 쪽으로 물러나기도 하죠. 그때 투수가 바깥쪽으로 던지면 타자는 여지없이 당합니다.

몸쪽 대처는 어느 정도 답을 얻었나요?

처음엔 ‘좀 더 타격폼을 정교하게 만들어 몸쪽에 들어오는 스트라이크 공만 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새로운 타격폼으로는 도저히 타이밍을 맞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내린 결론이 ‘기존 타격폼의 장점을 극대화해 타이밍을 더 정확하게 맞추자’였어요.

기존 타격폼의 장점이라면.

제가 좀 묘한 버릇이 있는데요. 컨디션이 좋으면 좋을수록 오른발이 홈플레이트 쪽에 가까워진다는 거예요. 오른발이 홈플레이트와 가까워진다는 건 그만큼 오른발이 몸쪽 깊숙이 들어간다는 뜻이에요. 그렇게 되면 몸이 빨리 열리지 않으니까 더 오래 공을 볼 수 있습니다. 타격폼을 바꾸기로 마음먹으면서 사실 그 부분을 수정하려 했는데 결국 반대로 그 부분의 장점을 살리기로 했어요.

장점을 살린다라, 어떤 뜻인가요.

오른 어깨와 오른발이 몸쪽 깊숙이 들어가 있다는 건 그만큼 스윙 때 원심력을 더 강하게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차라리 원심력을 더 살려 타격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 거죠. 이때부터 스프링캠프 초반에 좋지 않았던 흐름이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지난 2월 18일 일본 난고구장에서 열린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연습경기에서 만루홈런을 친 바 있어요. 당시 “만루홈런 칠 때의 타격폼이 정말 내폼이다”라는 말을 했는데요. 그건 무슨 의미였어요?

그때가 기존 타격폼으로 다시 돌아오는 시점이었어요. 세이부 투수가 몸쪽 공을 던진다고 던졌는데 그게 배트 중심에 맞아서 우중간 담장을 넘어갔어요. 공을 끝까지 몸에 붙이고 쳤기에 가능한 홈런이었어요. 그때 제 기존 타격폼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현수는 국내 타자 가운데 가장 공을 끝까지 보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타격폼이 간결하기에 가능한 장점이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타격폼이 워낙 간결하기에 어떤 공도 자유자재로 칠 수 있다"며 "김현수의 타구가 부채살처럼 다양하게 뻗는 것도 그때문"이라고 말했다(사진=두산)

타격폼에 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현수 씨는 타격폼이 타격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해요?

타격폼이 타격에 미치는 영향이라…(잠시 생각하다가) 1~2% 정도가 아닐까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어떻게 치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준비 동작부터 스윙까지 타격메커니즘만 일정하고 투수의 공을 배트에 맞힐 수 있다면 어떤 타격폼으로 쳐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국내 많은 타격 지도자가 타격 시 뒷다리에 힘을 30% 정도 남겨둬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현수 씨 타격매커니즘을 보면 뒷다리에서 앞다리로 체중이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이른바 ‘찰리 로’식 타격이에요.

저는 뒷다리에 힘을 남겨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뒷다리에서 앞다리로 자연스럽게 체중이동이 돼야 더 강한 타구가 나올 수 있습니다.

22살의 청년 김현수

지난해 연봉 1억 2천600만 원에서 100% 오른 2억 5천200만 원에 올 시즌 재계약을 맺었습니다. 역대 프로야구 5년 차 야수 최고연봉이자 팀 역대 최고 인상률인데요. 일전에 만났을 때 현수 씨 부모님이 현수 씨 연봉을 죄다 적금으로 붓고 있다고 했어요.

제가 통장관리를 안 해서 부모님이 제 연봉을 쓰셨는지 안 쓰셨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웃음). 저번에 제가 차도 샀고, 그래서 쓰긴 쓰셨을 텐데. 그래도 많이는 쓰진 않으셨을 테고. 뭐 제가 장가갈 때 다 토해내시겠죠(웃음). 지금 다 계산해놓고 있어요(웃음).

프로스포츠에선 흔히 자식이 힘들게 번 돈을 부모가 ‘펑펑’ 쓰는 일을 종종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수 씨 부모님은 참 현명한 분이란 생각이에요.

부모님께선 항상 저부터 챙겨주셨어요. 지금까지 그랬어요. (다부진 목소리로) 이젠 제가 먼저 부모님을 챙겨 드릴 차례에요.

현수 씨처럼 뛰어난 야구선수들은 결혼을 일찍 하는 편이에요. 그것이 효도의 한 방편일 수 있어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저 역시 일찍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현수 씨가 결혼한다면, 언제가 될까요?

27살? FA(자유계약선수)가 28살에 되거든요. 그즈음 결혼을 해야 한국에 있든 외국에 있든 덜 외로울 것 같아요.

22살의 청년 김현수는 대타자가 갖춰야할 모든 덕목을 갖추고 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과 팬서비스, 동료애 역시 대타자답다(사진=두산)

모 여자 탤런트와 염문설이 나기도 했어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어요.

그때 조금 당황했어요.

당황한 사람치곤 꽤 침착하게 대응했어요.

제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고, 사실이 아닌 걸 많은 분이 알고 계셨어요. 상황이 그런데 제가 또 괜히 나서서 심한 말을 하면 상대에게 가슴 아픈 일일 수 있어 더는 ‘가타부타’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현수 씨도 이제 유명세를 타는 거예요. 밖에 나가면 많은 이가 알아보지요?

(고개를 끄덕이며) 네. 많이 알아들 보세요.

‘인간은 타인을 의식하기 시작한 후부터 불행해졌다’는 말이 있어요. 현수 씨라면 남을 의식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처지인데요.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겠어요.

솔직히 불편한 점은 거의 없어요. 제가 남의 시선을 그렇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니거든요. 어디 나가서 나쁜 짓을 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준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뭐든 당당 하려고 해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다고 뭐든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봐요.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라고 봐요.

그렇군요.

가끔 불편할 땐 상대방은 저를 알아보는데 제가 그분을 알아보질 못할 때에요. 왜 그렇잖아요. 야구 좋아하시는 분들은 절 TV를 통해 자주 보시니까 저와 친한 거예요(웃음). 제가 유재석, 강호동 씨 같은 분들을 매일 보다 보니까 ‘저 사람도 날 알겠지’하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심리일 거예요. 제가 더 살갑게 인사드리지 못해 팬 여러분께 늘 죄송할 따름입니다.

김현수는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의 환한 미소를 보려고 야구장을 찾는 이도 부지기수다(사진=두산)

22살 청년 김현수의 일상이 궁금합니다. 여가엔 주로 뭘 해요?

인터넷도 하고 TV도 보고 가끔 친구도 만나고 그래요. 인터넷 하다가 갑자기 어떤 선수가 떠오르면 네이버로 검색해서 계속 보는 게 취미에요.

최근에 검색한 선수는 누구예요?

앨버트 푸홀스와 베리 본즈요.

결국, 또 야구네.

검색해서 그 선수들의 최근 스윙 사진을 보면 뭐라도 주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요(웃음).

많은 이가 현수 씨를 가리켜 ‘타격기계’, ‘야구천재’, ‘제2의 이승엽’이라고 합니다. 대단한 칭찬이지만 한편으론 대단히 부담스런 찬사이기도 해요.

성격상 그런 면에서 부담을 많은 느끼는 편이 아니에요.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음, 솔직히 미리 예상은 하고 있어요.

무슨 예상을?

제게도 한번은 큰 시련과 위기가 닥칠 거라는 걸. 그래서 나름대로 대비를 하고 있어요. 요즘도 ‘어차피 밑바닥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넘어지고 쓰러져도 다시 설 수 있다’는 각오로 야구를 하고 있어요.

기회는 반드시 온다

야구와 처음 만난 게 언제에요?

아버지가 야구를 무척 좋아하셔서 야구장에 가실 때마다 따라갔어요. 집에서도 만날 TV로 야구 중계를 봤고. 참 재밌는 운동 같아서 쌍문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야구선수를 시작했어요.

현수 씨가 지금까지 오는데 현수 씨 아버지의 도움이 컸다고 들었어요.

아버지는 제가 야구선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야구선수로 성공하든 실패하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하라’고 하셨던 분이에요. 그날 이후 저 역시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야구선수는 키가 커야 한다”면서 스트레칭을 해주셨어요. “부상하지 않으려면 몸이 유연해야 한다”면서 어디서 마사지를 배워 오셨는지 밤마다 제 몸을 풀어주셨습니다. 절 위해 몸에 좋다는 건 어딜 가서든지 구해오셨고. 아버지의 그런 노력 덕분에 지금도 부상없이 건강하지 않나 싶어요.

원래는 우투·우타였던 것으로 압니다. 언제 우·투좌타로 바꾼 거예요?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스위치 타자였어요. (왼손으로 스윙하는 흉내를 내며) 신일중학교로 진학하고 나서 왼손으로만 쳤어요.

이유가 있었나요?

음,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는 정말 오른손 거포였어요. 그 나이에 삼진 아니면 홈런이었거든요. 그러다 한번은 감독님이 “왼손으로 쳐봐라” 라고 하셔서 생각 없이 쳤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홈런이었지 뭐에요. 감독님께서 “넌 오른손보다 왼손으로 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하시고 제 느낌도 왼쪽 타석에서 공을 보는 게 더 편해 그때부터 왼손으로 타격하기 시작했어요.

요즘 아마추어 야구선수들 가운데 우투·좌타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선수들을 만나면 “김현수 선수를 따라 한 것”이라고 말하곤 하는데요. 현수 씨처럼 자연스럽게 우투·좌타가 됐다면 모를까 억지로 왼손 타자 전향을 고집하는 선수와 지도자는 다소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어린 선수들의 롤모델로서 그런 인위적인 우투·좌타 전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개인적으로 우투·좌타가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선수가 싫다는데 억지로 전향시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자칫 타격할 때 파워가 떨어져 고생할 수도 있어요.

현수 씨가 특별한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우투·좌타로 전향한 타자 가운데 거포가 많지 않습니다.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박종호(LG) 같은 타자만 봐도 콘택트 위주의 타격이 돋보여요. 하지만, 현수 씨는 지난해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23홈런을 기록한 거포입니다.

저는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홈런타자를 좋아했고, 그렇게 되고 싶었어요. 그런 까닭에 오른손에서 왼손 타자가 됐을 때도 거포 욕심을 버리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다른 건 다 몰라도 누구한테도 멀리 치는 것만큼은 밀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욕심이 왼손 타자가 됐는데도 스윙에 힘이 실신 이유이지  싶어요.

만약 지금 오른손 타자였다면 김현수는 어떤 선수일까요.

(장난기 어른 표정으로) 타율은 장담하기 어려워요. 잘하면 2할6푼 혹은 2할7푼 정도 됐겠죠. 하지만, 확실히 홈런은 더 늘었을 겁니다. 장담해요. 예전에 오른손 타자였을 때 정말 담장 멀리 공을 보낸 기억이 많거든요. 

두산의 새로운 4번 타자 김현수. 그러나 지금도 2군 선수의 마음으로 연습에 임한다. 그의 미래가 지금보다 훨씬 밝으리라 예상하는 건 눈에 보이는 실력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저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사진=두산)

우리가 ‘김현수’란 타자를 알기 시작한 건 2007년부터입니다. 당시 9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3리, 5홈런, 32타점을 기록했어요. 2군 선수들 대부분이 주전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지는데 반해 현수 씨는 입단 2년 만에 기회를 잡았어요.

2007시즌 초반부터 1군에서 뛰었어요.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어요. 얼마 안가 2군에 있던 장원진 선배와 엔트리가 바뀌어 다시 2군으로 내려갔죠. 2군으로 내려가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어요.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뭐였어요.

‘2군에선 타격할 때 당당했는데 어째서 1군에선 그토록 긴장을 많이 한 걸까’였어요. 그도 그런 게 2군에 돌아오고 타격을 하는데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는 거예요. 재미난 건 1군에서 긴장하면서 상대했던 똑같은 투수를 2군에서 만났는데 하나도 긴장되지 않더란 거예요(웃음). 공교롭게도 1주일 뒤 장 선배님이 종아리를 다치시면서 제가 다시 1군으로 올라갔어요. 그때 속으로 다짐했죠. ‘2군으로 내려갈 때 가더라도 정말 내가 치고 싶은 데로 자신 있게 쳐보자“고.

효과가 있었나요.

(싱긋 웃으며) 그럼요. 그때부터 잘 맞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2007시즌 현수 씨를 1군 엔트리에 포함하고, 계속 기회를 제공한 이가 바로 김경문 감독입니다. 돌아보면 2007시즌 스프링캠프 때부터 김 감독은 현수 씨를 주전으로 쓰겠다고 공언했어요. 어째서 김 감독이 2년 차 무명선수 김현수를 밀어줬다고 생각해요?

아프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의지가 돋보인 게 아닐까요(웃음).

훗날 김 감독이 그러더군요. “스프링캠프에서 외야수비 훈련 중 (김)현수가 외야펜스에 ‘꽝’하고 부딪히며 쓰러졌다. 다른 선수 같으면 그라운드에서 '데굴데굴' 굴렀을 텐데 현수는 바로 일어나 다시 수비위치로 돌아갔다. 저런 마음가짐의 선수라면 뭘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이지요.

저도 부딪히고 충격이 꽤 심했어요. 그런데 코치님께서 “어서 일어나라”고 하시더라고요. 코치님이 일어나라는데 일어나야지 별 수 있나요(웃음). 사실 등이 좀 아프긴 했는데 그 정도 아프다고 쓰러져 있을 때가 아니었어요.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주전을 꿰차야 했으니까요.

쓰러졌다가 벌떡 일어난 현수 씨를 보고 김 감독이 뭐라고 했나요.

“괜찮으냐?”라고 물어보셔서 “괜찮다”고 했더니 “역시 젊어서 덜 아픈 모양이네”하며 웃으셨어요.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4번 타자

올 시즌 김현수는 한번의 타격으로 4개 베이스를 돌려 한다. 그렇다. 홈런 타자가 되려는 것이다. 그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우리의 일관된 믿음이다(사진=두산)

올 시즌부터 두산의 4번 타자입니다. 3번과 4번, 한 타순 차이지만 역할과 기대는 엄연히 다릅니다.

올 시즌 4번을 쳐야 한다는 소릴 들었을 때 첫 번째로 든 생각이 ‘홈런 수 증가’였어요. 지난해 23개를 쳤지만, 홈런타자라면 좀 부족한 수치였죠.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어요. 좌우 100m, 좌우중간 120m, 가운데 펜스 125m의 잠실구장은 투수친화적인 야구장입니다. 좀체 홈런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지난해 홈런 23개라면 대단한 숫자입니다.

다른 분들도 그러세요. “네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지 않았다면 홈런 수가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요. 하지만, 전 스포츠에서 ‘~했다면’ 혹은 ‘~했을 뻔’이라는 단어는 통하지 않는다고 봐요. 제가 대전구장을 홈으로 썼다면 홈런 40개가 가능했을까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아니요. 그렇지 않았을 거예요. 과거 두산에서 뛰었던 타이론 우즈 보세요.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홈런왕이 됐잖아요. 좋은 타자는 다른 이의 칭찬을 변명으로 삼지만, 훌륭한 타자는 칭찬을 발전을 위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요.

일부에선 “김현수의 4번이 되레 독이 될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합니다. 홈런수 증가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평도 있어요.

우리 타순은 1, 2, 3번까지 테이블 타선처럼 운영되고 4, 5, 6번이 주자를 쓸어담는 식이에요. 생각해보면 꼭 제가 아니어도 5번 김동주, 6번 최준석 선배가 주자를 불러들일 수 있어요. 반드시 제가 한방을 쳐서 타점을 기록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어차피 정확히 맞는 타구에서 홈런도 나오는 거니까 타순은 4번에 배치됐지만 3번 타자였을 때처럼 5, 6번 타자에게 기회를 이어주자는 편안한 마음을 가지려고 해요. (혼잣말을 하듯) 그래요. 3번 타자 같은 4번 타자라는 표현이 적당하겠네요.

지난해까지 두산의 붙박이 4번 타자는 김동주였어요. 만감이 교차할 법도 한데요. 현수 씨한테는 뭐라고 하던가요.

동주 선배님이 제겐 별말씀하지 않으셨어요. 대신 “부담 느끼지 말고 치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타자라면 심리적 안정감은 3번이 4번 타자보다 낫지 않을까 싶은데요.

3번 타자로 나갈 때 마음이 좀 편한 건 있어요. 하지만, 지난 시즌에서도 동주 선배님이 빠지면서 4번 타자로 나선 적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4번 타자에 대한 부담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대부분 야구전문가가 ‘2010시즌 최고의 타자’로 현수 씨를 예상하고 있어요. 프로 5년 차의 선수에겐 지나친 기대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성장세를 보면 그런 예상이 과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자신은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예상하는지 궁금합니다.

이제 제게 3할은 기본적으로 넘겨야 하는 타율이 됐어요. 부담이 크지만, 저도 3할 밑으로 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홈런은 지난해 20개를 넘겼으니 올 시즌엔 25~26개만 나와도 ‘땡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고개를 갸웃하다가) 솔직히 “내가 홈런을 26개 치겠다”고 해서 26개를 치는 선수는 없을 거예요. 40~50개를 목표로 잡다가 올 시즌 28~29개를 쳤으면 다음 시즌 더 많이 치자는 식으로 목표치를 늘려가는 게 보통이에요. 그렇다면 전 (잠시 말을 멈췄다가) 한 시즌 홈런 70개가 목표에요(웃음).

홈런 열망이 무척 커 보여요.

맞아요. 커요. 왜냐? 보세요. (자기 몸을 가리키며) 몸이 아깝잖아요. 전 어릴 때부터 홈런을 많이 치고 싶었어요. 얼마나 열망이 강렬했으면 예전부터 ‘절대로 똑딱이 타자로 남지 않겠다’고 다짐까지 했다니까요(웃음).

지난해 홈런타자가 되겠다고 선언한 게 김경문 감독의 ‘김현수 홈런타자론’과 상관없이 자신의 오랜 꿈이었다는 이야기인가요?

네. 정말 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꿈은 한결같이 홈런타자입니다. 어떤 분은 “200안타가 김현수의 목표”라고 하시던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보세요. 그 선수는 신인 때 홈런 37개를 기록했어요. 사람들이 절 보고 “안타를 잘 친다. 정확하게 맞춘다”라고 하시는데 제가 정확하게 배트에 공을 맞히려는 이유는 그렇게 맞춰서 담장을 넘기고 싶어서에요. 앞으로도 더 정확하게 공을 맞혀서 타구를 더 멀리 보내고 싶어요.

김현수가 극복하고 싶은 타자는 역시 푸홀스인가요.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보일 때가 잦아요. 푸홀스는 콘택트 능력이 좋고, 홈런도 많이 치고 뭐 하나 부족함이 없는 타자예요. 특히나 꾸준한 선수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 선수를 뛰어 넘고 싶어하는지 몰라요. 

국내 야구전문가들은 푸홀스보단 같은 왼손 타자에다 20대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낸 이승엽과 현수 씨를 비교하길 즐깁니다.

(잠시 뜸을 들인 뒤) 이승엽 선배와 저는 공통점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되레 차이점이 좀 많은 듯싶어요. 저는 몸을 틀면서 타이밍을 잡고, 승엽 선배님처럼 배트 무게를 이용해 가볍게 치는 게 아니라 빠른 배트 스피드로 ‘팍’하고 치는 유형이에요. (이)승엽이 형은 볼 때마다 대단하다 싶은 게 가볍게 치는 데도 타구를 멀리 보내요.

같은 타자가 봐도 이승엽의 손목 기술은 대단하지 않나요?

그 이상이죠. 저는 무조건 빠른 스윙을 해야 타구를 멀리 보낼 수 있는데 선배님은 손목 기술로만으로도 담장을 넘기니 얼마나 대단합니까.

이승엽이 자신의 타격 노하우를 현수 씨에게 가르쳐줬지 싶은데요.

선배님도 제가 선배님 스타일과 다르단 걸 아시니까 “내 폼을 따라 해봐라.” 이런 조언은 하지 않으세요. 다만, 손목 돌리는 기술을 가르쳐주셨어요. 선배님은 손목을 이용해 타구를 높이 띄우는 기술이 탁월하세요. 어떻게 손목을 돌려야 타구가 멀리 나가는지도 잘 아시고.

좋은 말이에요. 홈런 타자는 타구를 띄울 줄 알아야 해요. 현수 씨처럼 직선타가 많은 타자는 특히나 그렇습니다.

지난해 담장을 넘어갔어야 할 타구가 펜스에 맞을 때가 잦았어요. 이제는 바깥쪽 공을 어떻게 쳐야 할지 아는 만큼 공을 띄우는 능력도 개선되리라 봅니다.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요미우리 이승엽(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김현수(사진 맨 오른쪽)(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대개 홈런이 증가하면 타율은 떨어집니다. 현수 씨도 어느 정도 타율 하락은 고려해야 할듯싶은데요.

저 엄청 고려하고 있어요(웃음). 지난해에도 엄청 고려했는데 타율이 떨어지지 않아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요즘 들어 왜 홈런타자가 최다안타왕이 될 수 없는지 알았어요.

그건 무슨 소린가요.

홈런타자들은 제가 앞에서 말씀드렸듯 바깥쪽을 당겨쳐 담장을 넘길 줄 알아요. 그리고 한 타석도 함부로 버리지 않아요. (자세를 고치며) 가령 볼 카운트가 투스트라이크 노볼이라고 치죠. 홈런타자들은 삼진 먹는 한이 있어도 자기가 원하는 공을 끝까지 노리고, 공이 오면 자기 스윙을 해요. 만약 자기 공이 안 온다 싶으면 볼넷으로 걸어나가죠. 하지만, 전 제가 원하는 코스 비슷한 곳으로 공이 오면 일단 맞춰서 안타를 만들자는 식이었어요. 홈런타자가 되려면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공을 강하게 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코스로 공이 올지 안 올지를 판단하려면 뛰어난 선구안이 필요합니다.

선구안은 타고나야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타이밍을 잘 잡는 겁니다.

대타자 양준혁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선구안은 좋은 눈이 아니라 뛰어난 타이밍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그리고 “타이밍은 눈이 아니라 무릎으로 잡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현수 씨는 어떤 식으로 타격 타이밍을 맞추는지 궁금한데요.

저도 저만의 타이밍 잡는 법이 있어요. (투수의 와인드업을 흉내 내며) 간단히 말씀드리면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저도 스트라이드 한 앞다리를 지면에 내려놓습니다. 그래야 시선이 흔들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공을 볼 수가 있어요.

상대 투수 전력분석은 많이 하는 편인가요.

개별투수 분석보다 전 기억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에요. 지난번 만났을 때 ‘A’라는 투수가 언제 마운드에 올랐는지, 어떤 공 배합을 했는지, 제가 어떤 공에 당했는지 절대 잊어버리지 않아요. 특히나 삼진 당했을 때의 기억은 좀체 잊지 않습니다. KIA 아퀼리노 로페스를 예로 들게요.

네.

지난해 로페스가 절 상대할 때 초구는 몸쪽 직구, 2구는 바깥쪽으로 흐르는 싱킹패스트볼, 3구는 다시 몸쪽 직구, 4구를 백도어 슬라이더로 던진 적이 있어요. 확실히 몸쪽 공이 많죠. 다음번에도 로페스는 비슷한 공 배합을 할 거예요. 따라서 저는 로페스와 다시 만날 때 투스트라이크 이전까지는 바깥쪽 공은 거의 치지 않아요. 몸쪽만 노립니다. 사실 몸쪽 공은 조금만 당겨쳐도 담장을 넘길 수 있어요.

자주 상대하지 않은 투수는 기억에 의존하기 어렵잖아요.

시즌 중엔 매일같이 네이버 라이브센터를 통해 다른 팀 경기를 빠짐없이 살펴봐요. 덕분에 직접 상대하지 않아도 대강의 투구패턴은 파악할 수 있죠.

 집중력이란 무엇인가

행운은 그냥 찾아오지 않는다. 조건을 갖춘 이에게만 찾아온다.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두산의 4번 타자까지 오른 김현수에게 '행운'은 '노력'의 다른 말이다. 사진은 상상을 초월하는 스윙연습으로 물집이 잡히고 군살이 붙은 김현수의 손바닥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새롭게 바뀐 스트라이크존, 현수 씨한테 어떤 식으로 작용할까요.

심판분들이 지나치게 넓게 보시면 분명히 타자들에겐 불리할 거예요. 저도 예외는 아니겠죠.

스트라이크 존이 좌우로 넓어지면서 슬라이더 같은 횡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가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횡으로 꺾이는 변화구가 주종을 이룬다면 제게는 조금 불리하지 않을까 싶어요. 오른손 투수의 슬라이더는 제겐 몸쪽으로 들어오는 변화구거든요. 제가 몸쪽에 약한 타자로 알려졌는데다 지난 시즌 실제로 오른손 투수의 슬라이더를 많이 치지 못했어요. 이와 관련해 송재박 타격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한테 약하다’는 건 상식입니다. 그런데 현수 씨는 그다지 왼손 투수에게 약하지 않아요. 2008시즌엔 왼손 투수 상대로 타율 3할2푼5리, 지난 시즌엔 2할9푼7리를 기록했어요.

오른손 타자가 오른손 투수한테 약하지 않잖아요. 전 왼손 투수와 왼손 타자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하지만, 많은 왼손 타자가 왼손 투수의 바깥쪽 승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마련이에요. 현수 씨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 아웃이 돼도 엉뚱한 공에 헛스윙하는 일은 좀체 없는 듯해요.

스트라이크 존 앞에서 공이 꺾인다 싶으면 치지 말아야 해요. 따라서 투수마다 어디에서 슬라이더가 꺾인다는 걸 미리 기억해 둬야 해요.

역시 기억이군요.

‘정’ 기억나지 않으면 앞 타자를 상대로 투수가 어떤 궤적의 공을 던지는지 꼭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현수 씨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집중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타자는 모든 타석에 집중해야 해요. 단, 계속 집중할 수는 없으니까 대기타석에서는 조금 편하게 투수와 타이밍만 맞추는 정도로 긴장을 푸는 게 중요합니다.

집중력을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양손으로 귀를 막으며) 여기를 막아야죠. 바깥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를 차단해야 해요. 눈으로는 주루코치의 사인만 봐야 해요. 타자는 자신 있게 타석에 나가야 하므로 어쨌거나 리듬을 자기 쪽으로 몰고 가야 해요. 투수한테 밀리는 리듬으로 가면 절대 안 돼요.

김현수만의 독특한 리듬이 있어요?

저만의 리듬은 잘 아시다시피 타석에서 방망이를 흔들잖아요. 그 리듬을 꼭 타야 해요. 이치로 선수가 배트를 한번 빙 돌리듯이 저도 배트를 잡고 반원을 그려야 합니다. 그렇게 한 번이라도 해야 스윙궤적이 나와요.

김현수의 먼 꿈, 푸홀스를 넘고 싶다.

 
김현수가 유일하게 극복하고 싶어하는 타자가 있다. 메이저리거 앨버트 푸홀스다(사진=MLB)

많은 이가 김현수의 먼 꿈이 무엇인지 궁금해합니다. 역시 국외진출일까요?

기회가 온다면 나가보고 싶어요. 미국이든 일본이든. 그리고 만약에 가게 된다면 정말로 저만의 야구를 보여주고 싶어요.

김현수만의 야구는 뭘까요?

저만의 야구는 할 때는 엄청나게 하고, 쉴 때는 정말 푹 쉬는 거예요(웃음). 정말 야구를 내가 하고 싶어서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미국과 일본 가운데 어느 나라 야구리그가 더 현수 씨와 맞을 것 같나요?

제게 어울리는 리그는 미국이라고 생각해요. 일본보다는 공격적으로 들어오는 미국이 제 성격이나 성향이나 타격 메커니즘을 고려할 때 더 맞지 않나 싶어요.

그러면 현수 씨의 큰 꿈은 메이저리그 진출이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엄청난 꿈이죠(웃음).

메이저리그 마니아이기도 하지요?

샌프란시스코는 자이언츠의 투수 팀 린스컴을 참 좋아해요. (엄지를 들어올리며) 정말 지금까지 제가 본 가운데 최고에요. 우리나라에선 단연 (류)현진이고. 타자는 말할 것도 없이 푸홀스에요. 배리 본즈도 무척 좋아하는 타잡니다.

국내프로야구에서 좋아했던 팀과 선수는 누구였을까요.

꼬맹이였을 때 OB(두산의 전신)를 무척 좋아했어요. 그때 OB에 ‘우(타이론 우즈)-동(김동주)-수(심정수)’ 트리오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빠가 LG 팬이셔서 야구장에 갈 땐 주로 LG경기를 봤어요. 그 바람에 김선진(은퇴), 서용빈, 유지현(이상 LG)의 팬이 됐죠.

국내 왼손 타자 가운데 집중적으로 연구한 선수가 있을지 싶은데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어느 선수의 타격폼을 따라 하고 싶다’는 생각 같은 걸 해본 적이 없어요. 그저 저만의 타법을 연구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제가 장타를 좋아하니까 양준혁(삼성) 선배님이나 이승엽 선배님을 자주 보긴 했습니다.

현수 씨 아버지가 LG 팬이셨다면 이제는 두산 팬으로 전향하셨을 듯합니다. 

아무래도 아들이 뛰는 팀을 응원하겠지요.

글쎄요. 지금도 LG를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웃음). 오래전부터 응원한 팀을 단번에 버리긴 어렵겠죠. 전 그래도 앞으로 두산 팬이 되시라고 하긴 하는데(웃음). 제 아버지라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아빠는 잠실구장에 오실 때마다 제게 표를 부탁하지 않으세요. 항상 줄을 서서 돈을 내고 표를 사세요. ‘김현수의 아버지’가 아닌 ‘야구팬’으로서 야구장을 찾는 거죠.

‘야구팬’의 입장으로 잠실구장을 찾으신다고 했는데, 그럼 두산과 LG가 맞붙는다면 현수 씨의 아버지는 어느 쪽 응원석에 앉으실까요.

두산 쪽에 앉으셔서 LG를 응원하시지 않을까요(웃음).

올 시즌 두산 저를 비롯한 많은 야구전문가가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만큼 팀 전력이 무척 좋아졌다는 뜻인데요.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많이 좋아졌어요.

전력만 따지면 한국시리즈 우승도 장담할 수 있을 정도에요.

선수단이 조금만 더 뭉쳐 하나가 된다면 정규시즌부터 1위를 달리리 않을까 싶어요.
공교롭게도 포스트 시즌에서 3년 연속 SK의 벽에 막혀 대업을 이루지 못했어요.

SK가 좋은 팀인 것만은 확실해요. 하지만, 우리가 지나치게 ‘장벽’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고비마다 SK의 페이스에 말리기도 했고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그랬지만, 먼저 이겨놓고도 ‘불안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이기고 난 다음 여유 있게 대처하는 법을 알았어요. (강한 어조로) 네 번은 당하지 않을 겁니다.

시범경기에서 1루수로 출전했어요. 좌익수와 1루수, 어느 포지션이 어려워요?

확실히 1루수가 어려워요. 1루수는 포구만 잘하면 되는 줄 아시는데 정말 할 게 많아요. 아직까진 1루수로서 부족한 게 많은 것 같고요. 제 단점을 다른 내야수들이 감싸줘서 그나마 티가 덜 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선 “생경한 포지션인 1루수를 보는 바람에 타격에도 지장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기도 해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해요. 저는 타격과 수비가 따로 논다고 생각해요. 그날 타격이 좋다고 수비가 잘되고, 그날 수비가 엉망이라고 해서 타격까지 죽을 쑤는 건 아니니까요.

김현수는 대타자 이전에 해맑은 청년이다. 또래 청년들과 전혀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야구 유니폼을 입으면 다르다. 언뜻 어눌하고,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할 선수로 보이지만 그건 대단한 오산이다. 김현수는 자신의 야구관을 매우 철학적으로 혹은 분석적으로 이야기하는 선수다. 그러나 놀라긴 이르다. 앞으로 길게 20년간 우리는 이 선수를 보고 매번 놀라야할 테니까(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20년 후, 사람들의 뇌리에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슈퍼스타가 아니어도 ‘김현수’하면 사람들이 “걔, 꾸준했던 선수야.” “은퇴할 때까지 할 만큼 했어.” “이름값 하다가 명예롭게 은퇴했어.” 하는 식으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먼 훗날 일이에요. 현역에서 은퇴하면 자신의 타격기술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을 텐데요. 어때요? 현역 은퇴 후 지도자의 꿈도 있나요.

코치, 감독은 정말 머리가 아픈 직업이에요(웃음). 그래서 아마도 전 다른 일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야구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야구의 매력이라, 개인플레이 같으면서도 팀플레이가 가능한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어떤 투수가 완봉승을 거둔다고 쳐요. 투수가 대단해 보이지만 그 투수를 도와준 야수들이 없었다면 완봉은커녕 승리투수가 되기도 어려웠을 거예요. (한참 생각하다가) 정말 야구는 9회 초까지 역적이었다가 9회 말 홈런 한 방으로 스타가 될 수도 있는 스포츠에요.

지금 야구선수가 아니라면 어떤 청년이 됐을까요.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요. 야구를 하지 않았으면 정말 좋아하는 배구를 하지 않았을까(웃음). 솔직히 말씀드려 야구선수가 아니었어도 야구장엔 왔을 것 같아요. 그래요. 야구마니아가 돼 있지 않을까요(웃음).

마지막 질문이에요. 현수 씨가 야구를 통해서 많은 이에게 전달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차분한 목소리로) 제가 신고선수 출신이라는 걸 많은 분이 알고 계세요. 물론 저는 한 번도 제가 신고선수 출신이었다는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신고선수 출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면 그걸 부끄러워했겠지요.

어린 나이에 빨리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보면 자신이 원하는 걸 가지지 못했다고 금방 포기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안 된다고 금방 포기하지 마시고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열 번 백번 아니 천 번이라도 ‘성공의 문’을 두드렸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그 문을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활짝 웃으며) 그 문을 반쯤 통과한 저처럼 말이지요.

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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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그냥 치고 달리고 신난다! 이런 스포츠로 생각했는데,
우리 현수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타석에 선 타자,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 벤치에 앉아 있는 감독이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면서 치고 달리는지-
우리가 신나는건 그들이 아무 생각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녀서가 아니란걸 느끼게 해준다.

남을 즐겁게 하는건 몸뚱이로 쉽게 되는게 아니야.
개그맨들이 몸개그 하는것도 그냥 몸굴려서 웃기는게 아니듯이...
특히나 현수는 말하는거 보면, 참 어린나이부터 많이 생각하고 멀리 보고 있구나...그런걸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자기가 어렸을때부터 꿨던 꿈을 이뤄나가려고 매일 노력하는것, 본받고 싶다.

그리고 김현수 인터뷰 할때마다 가만보면,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넘쳐난다.
참,,, 그 아버지가 얼마나 올바르고 곧은 양반일지 느껴진다능!
그랬기에 오늘날의 김현수가 있는 것이고~

우리 현수, 열심히 해서 꼭 30살에는 MLB에서 뛰고 있길 바래요, 우쭈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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