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현수의 타격이 예전같지 않다. 시즌초부터 타격 각 부문을 이끌며 대표타자로서 맹위를 떨쳤던 김현수가 시즌 한달여가 지난 시점까지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3일 현재 타율 3할4리의 수치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3월 3경기에서 6할3푼6리를 친 것을 빼면 4월 이후 슬럼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4~5월 타율이 2할6푼4리에 불과하다. 전혀 '김현수'답지 못하다. 김현수의 부진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심리적 측면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전문가들의 진단을 들어봤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

　스윙 매커니즘에는 문제가 없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현수는 어떤 볼이든 치는 스타일인데, 상대는 그것을 경계하고 이용한다. 그 부분에 대한 대처를 잘 해야 하는데 지금 김현수는 최다안타니 홈런이니 하는 것 때문에 스스로 말린다고 보면 된다. 생각 자체가 페이스를 흐트리고 밸런스를 망가뜨린다. 풀카운트에서 상대는 김현수에게 유인구에 가까운 공을 던지는데 그것을 만들어서 치려고만 한다. 골라서 걸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스트라이크를 안 주는데 어떻게 치겠나.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승엽의 경우도 풀카운트에서 140㎞에 가까운 포크볼이 오면 헛스윙하고 생각지 못한 빠른 볼이 오면 커트조차 못하는데 김현수 경우와 같은 맥락이다. 고르고, 커트하는 식으로 대처해야 한다. 또 김현수 뒤에는 김동주나 최준석이 있지 않은가. 본인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순철 MBC ESPN 해설위원

　심리적 부담이 가장 큰 원인이다. 4번 타자로서 팬들과 팀이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갈수록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서두르다 보니 차분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나쁜 볼을 건드리는 경우가 많다. 타순을 한 번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타격폼에는 큰 문제가 없다. 타격시 오른쪽 다리의 높이가 작년보다 낮아졌다. 주자가 있을 때 상대투수가 세트포지션에서 던지면 타자 입장에선 대비하는 시간이 짧은데, 다리의 높이를 줄임으로써 대비 시간을 벌 수 있다. 시즌초 이 타격폼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않았는가. 몸에 완전히 적응됐다고 봐야 한다. 결국 잘 쳐야 된다는 압박감 때문에 배트가 쉽게 나가는 게 지금 타격이 저조한 이유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

　심리적 원인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잘 안맞으니까 스트레스를 받고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주위에서 200안타를 칠 거라고 하고 '안타기계'라고 부르면서 너무 띄워놓지 않았는가. 또 두산이 올해 무조건 우승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큰데 4번 타순에 대해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격 매커니즘에는 큰 이상이 없다. 다만 배트스피드가 다소 떨어져 보이는데, 심리적 원인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김현수로서는 아직 어리지만 한국 대표타자로서 기대를 받는만큼 강해지고 독해져야 한다. 자신에 대한 냉정한 분석도 필요하다. 생각과 생활의 중심이 야구가 돼야 한다. 어떻게 보면 경험이고,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A구단 전력분석원

　상대투수들의 집중적인 몸쪽 공략에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스트라이크존이 좌우로 넓어진 상황에서 몸쪽을 파고드는 위협구를 던진 후 바깥쪽 변화구로 유인하는 패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김현수 뿐만 아니라 많은 타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톱클래스 타격폼을 지닌 김현수라면 곧 좋아질 것으로 본다. 타격은 누구든 사이클이 있기 마련이다. 김현수의 경우 지금 슬럼프라기 보다 일시적 부진으로 보는 것이 옳다. 아직 타율이 3할대 아닌가. 김현수의 경우 한 번 몰아치면 무섭게 치는 스타일이다.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