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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이닝 4K 1실점 갈매기 묶고 '철벽'이름값
커브·포크볼 적재적소 요리… "기회 또 올것"
두산 선수들은 9일 부산 롯데전에 앞서 팀 동료 임태훈(22)을 볼 때마다 어깨를 두드리거나 엉덩이를 툭 치며 격려를 했다.
그러자 임태훈은 "잘 던질 수 있다. 지켜 보라"며 씩씩하게 투구 동작을 취해 보였다. 그에겐 집처럼 익숙한 마운드지만, 이날의 느낌은 색달랐다. 2007년 데뷔 후 처음 잡은 정규시즌 선발 등판 기회였기 때문이다.
'철벽 불펜'이라는 별명이 더 익숙한 임태훈이 경기 전 호언장담처럼 '선발 본능'을 뽐냈다. 팀 타율 2할8푼의 무시무시한 롯데 방망이는 입을 악 다문 임태훈의 공 앞에 맥을 못 췄다. 5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데뷔 후 첫 선발승. 올시즌 성적은 2승1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5.23이 됐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07년 두산에 입단한 임태훈은 그해 7승3패1세이브20홀드 평균자책점 2.40으로 신인왕에 등극했고, 줄곧 불펜에서만 활약했다. 지난해 올린 11승도 전부 구원승이었다.
선발 기회는 2007년 포스트시즌 때 단 한번뿐이었다. 10월29일 인천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 등판한 임태훈은 4와3분의2이닝 5피안타(2피홈런) 3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올시즌 역시 필승 계투조로 출발했으나 지난달 12일 오른 팔꿈치에 탈이 나 이달 1일에야 1군 마운드에 복귀했다. 그간 불펜에서 '5분 대기조'로 300이닝 가까이 소화하며 허리에 부담이 왔고, 허리 통증 탓에 팔에만 힘이 실리다 보니 팔꿈치로 통증이 옮겨 갔다.
1군 복귀 후에도 1일 넥센전 3이닝 2실점, 4일 LG전 2이닝 3실점으로 좀처럼 컨디션을 찾지 못하던 임태훈은 고대하던 선발 마운드에 올라 비로소 자신의 이름값을 유감없이 뽐냈다.
이날 투구 수는 73개였고, 이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48개였다. 직구(40개) 구속을 139~145㎞ 사이에서 다변화하는 온-오프 피칭이 돋보였다. 또 '직구 아니면 슬라이더라 선발로는 부적격'이라는 비난 아닌 비난을 비웃기라도 하듯 커브(8개)와 포크볼 또는 체인지업(7개)을 적재적소에 던지며 상대 타선을 요리했다.
임태훈은 경기 후 "롯데 타자들이 이틀간 잘 쳐서 몸쪽으로 낮게 공략해 맞혀 잡으려 했는데 주효했다"면서 "긴장하기 보다는 경기에 빨리 나가고 싶은 설렘이 더 컸다. 나만 잘하면 선발 기회는 또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양준호기자 pires@sportshankook.co.kr